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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맞은 세포가 필요 단백질만 발현하는 방법A phosphorylation-regulated eIF3d translation switch mediates cellular adaptation to metabolic stress
Lamper et al. 2020 미국엔 국가 채무 시계란 게 있다. 실시간으로 미국의 자산, 예산, 부채 등을 보여주는데 글 쓰는 시점에 확인해 보니 부채가 27조를 훌쩍 넘었다. GDP 비례로 본다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최악이던 미국의 경제 상황과 흡사한 건데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정체된 것과 그간의 경제 문제들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관, 기업, 개인의 가계부채 규모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파산을 면하려면 어떻게든 불필요한 지출을 모두 줄이고 위기를 버텨내야 할 것이다. 경제 상황이 좋던 시절 누리던 사치와 복지를 절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있다. 위기극복을 위해 정말 필요한 지출만 추려내 남은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이는 세포도 마찬가지다. 모든 양분이 풍족하고 이상적인 환경 중에 살 때는 세포도 나름의 사치와 복지를 누린다. 에너지 효율이 높지 않아도 양분이 남아돌면 하는 것들이 있고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들도 상당히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세포는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모든 단백질 발현을 정지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만 선정하여 만든다. 세포는 어떻게 대부분의 단백질 생성 과정을 완벽히 봉쇄하는 동시 소수의 필수 단백질 생성을 이어나가는 것일까? 오늘 논문은 위기를 맞은 세포가 필요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발현하는 방법을 보고한다. --- 작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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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균의 활용으로 수혈 문제 해결An enzymatic pathway in the human gut microbiome that converts A to universal O type blood
Rahfeld et al. 2019 인간은 크게 4가지 혈액형으로 구분된다: A, B, AB, O. 각 혈액형마다 고유의 성격을 보인다는 게 혈액형 성격론인데 한 일본 과학자의 잘못된 실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당 논문은 이후 오류가 인정되어 학계에서 잊혔다. 사람들 사이에선 지금도 사실인 거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데 내가 어릴 때는 인지도 높은 과학 도서 중 혈액형 성격론만 다룬 책도 따로 있었다. 별자리 사주 같은 것도 곧잘 믿는 한국의 특성 때문인지 유독 한국인 중에 혈액형 성격론이 진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혈액형은 적혈구에 어떤 항원이 붙어있는지로 구분된다. 자신과 맞지 않은 혈액을 수혈받으면 항원에 반응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심각한 의료 상황이 온다. 아무 항원도 없는 혈액도 존재하며 이를 O형이라 부른다. O형은 다른 혈액과 반응하는 항원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 수혈받을 수 있고 이 때문에 O형을 만능 공혈자 (universal donor)라 부른다. 당연히 병원에서도 O형 기증자를 더 반긴다. 오늘 논문은 A형의 항원을 제거하여 O형을 만드는 법을 제시한다. 이전에도 시도되었으나 몇 가지 문제가 나타난 바 있었다. 이번엔 A형 혈액에 붙은 항원 당을 순식간에 먹어 치워 O형의 혈액처럼 만드는 균을 활용했다 하는데 얼마나 실용성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핵생물과의 전쟁은 신금속 무기로Gallium disrupts bacterial iron metabolism and has therapeutic effects in mice and humans with lung infections
Goss et al. 2018 1928년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인류는 감염성 세균으로부터 완벽한 자유를 누렸다. 1960년대까지 새로운 항생제가 쏟아져 나왔고 어떤 균이든 몇 가지 항생제의 조합으로 완전히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항생제의 발견이 더디고 이미 사용하던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급기야 현존하는 모든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슈퍼버그가 나타났다. 슈퍼버그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팬데믹은 시간문제.. 미생물학계는 현재 슈퍼버그를 잡으려는 방법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고 세균을 잡고자 다양한 접근이 연구되고 있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포막의 원리를 이용한 액체 필터Free-standing liquid membranes as unusual particles separators
Stogin et al. 2018 오랜만에 교회 사람들을 불러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살짝 부족한 양이었으나 연초에 있었던 삼겹살 대참사를 회상하며 감사히 먹었다. 그때 일을 서술하자면 요리와 친숙하지 않은 내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교회 동생들 집밥 먹이겠다고 삼겹살을 샀던 게 화근이었다. 다들 건장한 대학생이다 보니 고기를 많이 먹겠다 싶어 정육점에 가서 (내 생에 처음 정육점 고기를 사본 날이다) 봉지 가득 고기를 사 왔는데 그게 약 20근 정도 되었다. 웬일인지 먹성 좋은 장정 8명이 초저녁부터 2시간을 먹었는데 양이 줄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5근만 사도 꽤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는다더라.. 하필 그날 저녁엔 청년부 모임이 있던 터라 예기치 못한 난제를 일단 뒤로하고 진한 돼지 냄새를 풍기며 예배드리러 갔다. 예배 후 다시 고기를 처리하러 가야 하는데 같이 먹던 청년 중 몇 명은 말도 없이 도망가버렸고 위기를 직감한 난 급히 삼겹살 처리 파티를 구했다. 그날 밤 20여 명의 배고픈 청년들이 다시 묵직한 삼겹살을 타개했으나 안타깝게도 양은 줄어들지 않았고 다음 날 새로운 파티를 모아 두 번을 더 공격하고서야 지겨운 단백질 덩어리를 소멸시켰다. 난리를 겪고 나서 삼겹살 생각만 해도 헛구역질이 났는데 집안에 진동하는 삼겹살 냄새는 몇 달이 지나도 빠지지 않았다. 냄새가 배길 걸 예상해서 고가의 안x그릴도 준비했건만 냄새를 차단해 줘야 할 팬이 20근의 고기 기름을 감당치 못해 고장 나 버렸지.. 지금도 집에서 고기 구워 먹고 싶은 마음은 강렬한데 이후 남겨질 냄새 때문에 선뜻 정육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안x그릴의 에어막, 자x글의 적외선 구이, 모 회사들의 뚜껑 있는 그릴들을 심도 있게 검토해봤지만 완벽한 냄새 차단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늘 논문은 신기한 액체 필터기에 대한 내용인데 냄새 차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하여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크리스퍼와 같은 방어 체계 다수 발견Systematic discovery of antiphage defense systems in the microbial pangenome
Doron et al. 2018 작은 원핵생물의 세계에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세포는 바이러스, 균, 기생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역으로 적을 공격할 무기들을 항시 개발 중이다. 과학자는 종종 세포 속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기술을 빼내어 인간 사회에 적용해 큰 상을 수여 받는다. 항생제, 유전자 융합,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대표적인 예다. 핵심 기술을 빼 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아무리 작고 간단한 생물이라도 어마어마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들 중 어떤 게 유익한지 가려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번 논문에선 크리스퍼와 같은 기술을 무려 9가지나 발견하여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인간 사회도 구역을 나눠 상가, 주택가, 공장 등이 각기 모여 있듯이. 유전자들도 마찬가지다. 복제 관련 유전자들은 복제 관련 유전자들끼리 모여 있고 성장 관련 유전자들은 또 성장 관련 유전자들끼리 모여 있다. 크리스퍼처럼 자기 방어를 위해 개발된 고급 기술은 역시 비슷한 기술들과 뭉쳐있을 거란 가설을 세우고 근처 유전자들을 분석해 본 결과 새로운 자가 방어 기술들을 다수 발견하게 됐다. 마치 전투기 한 대를 탈취한 걸 근거로 그 지점을 탐색 해 보니 공군 기지가 있어 전투기 수십 대를 얻은 거다. 흥미진진한 탈취 과정을 함께 보자. 급물살을 탄 DNA 나노공학A self-assembled nanoscale robotic arm controlled by electric fields
Kopperger et al. 2018 저번 달에 첨단 나노기술인 DNA 종이접기 놀이를 소개했는데 이번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DNA 로봇이 개발됐다. 컴퓨터로 전기 신호를 주면 특정 움직임이 가능한 초소형 로봇 팔이다. DNA를 활용한 나노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앞으로 많은 분야에 적잖은 변화가 올 것 같다. 첨단 나노기술의 미래Single-stranded DNA and RNA origami
Han et al. 2017 연말이 다가오니 잉여로운 시간이 많아진다. 실험도 미뤄둔 체 괜히 인터넷을 뒤적거리거나 멍하니 창밖을 보곤 한다. 정신 차리고 새로운 논문이라도 훑어보자 했는데 다들 나만큼 심심했나 보다. DNA로 대단한 종이접기 솜씨를 뽐낸 논문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암의 성장을 돕는 신경세포Adrenergic nerves activate an angio-metabolic switch in prostate cancer
Zahalka et al., 2017 암이 무작정 분열하다 보면 거대한 종양을 이루어 종양 내부 세포들을 고립시킨다. 얼마 전 초소형 산소 폭탄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논문에선 고립된 암세포가 가진 특성을 역이용하여 암을 죽이는 방법을 살펴봤는데 오늘은 암의 입장에서 어떻게 종양을 키워 나가는지 알아보겠다. 암세포도 고립을 원하진 않는다. 가능하면 양분과 산소 공급을 충분히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 하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든 종양 내부까지 혈관을 이으려 한다. 시골의 외딴집까지 길을 연결하려면 민원을 넣어야 하듯이 암세포도 몸에 민원을 넣어야 혈관이 만들어진다. 이때 민원 접수에 사용되는 신호가 VEGF 라는 혈관 생성 촉진 인자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암세포들이 혈관이 만들어 질 때까지 VEGF를 무작정 뿌려대는 줄 알았다 (한때 하버드에서 VEGF를 연구했다는 사람이 이렇게 무지하다..). 그런데 오늘 논문을 보니까 생각보다 지능적으로 혈관을 설계하는 거 같다. 암세포에 필요한 혈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암세포 주변에 있는 신경세포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암세포가 신경세포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일단 오늘은 신경세포가 어떻게 혈관 생성을 조율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3D 구조 형성은 못하니..Functional vascularized lung grafts for lung bioengineering
Dorrello et al., 2017 줄기세포 연구의 꽃은 장기를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줄기세포로 별걸 다 할 수 있는 지금, 아직 장기를 만들어 이식한 사례가 보고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 조직으로 분화할 순 있지만 분화한 세포들이 3D 구조를 형성해 장기의 역할을 하게 할 방법이 없어서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가 뼈로 변하게 만들 순 있지만 이렇게 생성된 뼈세포들은 그냥 납작하게 뭉쳐있을 뿐 이들보고 갈비뼈나 정강이뼈의 형태를 이루라고 지시할 수가 없는 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본에서 심장의 세포들을 다 제거하여 껍데기만 남겨놓고 이 위에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젊은 심장 세포를 덮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미 틀이 잡혀있기에 그 위에 세포들이 붙기만 해도 제 기능을 하는, 온전한 형태의 장기가 완성된다. 오늘 논문도 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폐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로 폐를 만들어 주는 기술을 소개한다. 비암호화 RNA로 면역체계를 기만하다Tumore-derived exosomes modulate PD-L1 expression in monocytes
Haderk et al., 2017 암과의 전쟁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의사도, 항암 치료도 아닌 우리 몸의 면역 세포다. 암은 항상 발생하지만,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할 때는 조기에 암세포를 사살하여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암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기만하여 초기 영점사격을 피하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논문에선 암이 배출하는 특정 비암호화 RNA가 면역세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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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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