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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오래전 일을 기억하는 방법Persistent transcriptional programmes are associated with remote memory
Chen, et al. 2020 2019년은 바쁜 한해였다.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도 시작했고 연말에 결혼도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내년부터 다시 열심히 포스팅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2020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네.. 오랜 게으름을 끝내고 다시 블로그 활동을 재개하려 한다. 한 주간 어떤 논문을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해봤다. 요즘 핫한 논문은 다 코로나 관련된 것인데 아무래도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활동을 멈추기 전에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주제로 몇 번 포스팅을 해봤는데 확실히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긴 했다 (하루 신규 방문자가 만 명을 넘어보긴 또 처음이었다..). 코로나 관련 논문을 많이 소개하면 분명 블로그 홍보는 성공할 거 같지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논문을 선별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연구 현황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사이트고 지금 생물학계는 온통 코로나 얘기인 게 사실이지만 유행과 부합한 논문이 꼭 과학적 가치가 높은 논문은 아니지 않는가? 생물학계의 여러 분야를 고르게 소개하고자 다양한 학술지에서 발췌하는 건데 내 마음속에 주제를 골라놓고 그에 부합한 논문만 올리면 안될 것 같다.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지금만큼은 일부로라도 유행성 주제는 피하고 균형 있는 논문 선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네이처에 올라온 기억에 관한 논문을 소개한다. 흔히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구분됨을 알 것이다. 현시점에서 얼마나 오래전 기억인가에 따라서 즉각 기억, 최근 기억, 먼 기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 뇌가 어떻게 기억을 생성하고 보관하는지는 생물학의 대표 미스터리 중 하나였는데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정말 많은 발견이 있었다. 오늘은 우리 뇌가 먼 기억을 생성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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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고위험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 가능성Inside the Chinese lab poised to study world's most dangerous pathogens
Cryranoski, 2017 Chinese researchers reveal draft genome of virus implicated in Wuhan pneumonia outbreak Cohen, 2020 Genomic characterisation and epidemiology of 2019 novel coronavirus: implications for virus origins and receptor binding Lu et al., 2020 일명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미 지구 반대까지 확산한 만큼 바이러스의 정체를 규명과 대처가 시급하다. 아직 이렇다 할 논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한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우한 폐렴이 정확히 무엇이고 확산 방식은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관련 내용을 조사하던 중 2017년도 네이처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우한 폐렴이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 일 수 있어 짚고 넘어가겠다. 말기 암 완치가 가능하다는 강아지 구충제Fenbendazoleacts as a moderate microtubule destabilizing agent and causes cancer cell death by modulating multiple cellular pathways
Dogra et al. 2018 요즘 인터넷상에 펜벤다졸에 관한 얘기가 많다. 흔히 말하는 기적의 항암 약이란 건데 사실 몇 년에 한 번씩 이와 같은 얘기가 나오곤 한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에서 어떤 종양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 3-BP 라는 물질도 한때 기적의 신약이라 소개되며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안타깝게도 3-BP는 임상시험에서 사망자가 나오고 법적 다툼도 생겨 아직도 효능 입증이 안 된 상태다. 3-BP에 대한 논문이 2004년에 나왔으니 벌써 15년째 온전한 임상시험이 되지 못한 거다. 좋지 못한 전례들이 있음에도 이번 펜벤다졸이 유난히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일반인에게 이런 소식이 더 쉽게 전달되어서가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항암 약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에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니 많은 사람이 선뜻 시도해 보고자 하였다. 그러던 차에 먼저 시도해본 외국 환자들 중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후기들이 올라오자 절망중에 있던 국내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은 양날의 검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시도하게 되면 치료의 효능과 별개로 병세가 호전된 사람들이 꽤 있게 된다.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더라도 추산할 방법이 없으니 알 수 없다. 이런 펜벤다졸에 대한 전문기관의 입장은 뻔하다: 개인적으로 보고된 사례만 가지고 효능을 논할 수 없다, 인간 대상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약품을 본 용도와 다르게 쓰는 건 적절지 않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 떠도는 약품의 효과는 다소 과장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나 다급한 처지에 있던 환자와 가족들은 겨우 찾은 희망을 뺏어가는 듯한 태도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할 텐데 그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니 답답할 수밖에.. 그나마 최근 보고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새로운 결과가 나올 때마다 좋은 소식이길 바라보겠다. 노화 세포의 트렌스포존이 노화-염증을 일으킨다L1 drives IFN in senescent cells and promotes age-associated inflammation
De Cecco et al. 2019 Inhibition of 'jumping genes' promotes healthy ageing Childs & van Deursen 2019 Sleeping dogs of the genome Gorbunova et al. 2014 지난번 DNA 속 시한폭탄이란 글에서 생물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는 LINE-1 이라는 트랜스포존이 노화의 한 원인이라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경쟁 연구팀의 논문이 먼저 나온 것에 굉장히 착잡해 했는데 다행히 포닥 형의 논문도 지난달 발표 됐다. 3년 동안 끈질긴 리뷰어와 싸우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간 듯 보인다. 조금 늦었지만, 내게 너무도 친숙한, 정말 오래 숙성된 이 논문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에이즈 면역 아기라니..First CRISPR babies: six questions that remain
David Cyranoski, 2018 CRISPR bombshell: Chinese researcher claims to have created gene-edited twins Dennis Normile, 2018 생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배아의 특정 유전자를 조작한 실험이 비밀리에 시행됐고 맞춤 아기가 만들어졌다. 국제 사회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이미 쌍둥이 여아가 태어났다 한다. 비윤리적 실험을 강행한 과학자를 처벌할 국제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번 일로 인해 생물학계 연구에 과도한 제한이 생겨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있다. 네이처와 싸이언스에 실린 논평을 소개한다. 파킨슨병이 보여주는 미토콘드리아와 STING의 관계Parkin and PINK1 mitigate STING-induced inflammation
Sliter et al. 2018 "Where, O death, is your victory? Where, O death, is your sting?" 고린도전서 15장 55절 말씀이다. 공교롭게도 STING (쏘는 것)이란 단백질은 인간의 죽음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러 질병에 대한 연구들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는데 근본적 원인을 추적해 보니 거듭 STING 이란 녀석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정도면 만병의 공통분모가 STING이라 볼 수 있을 정도.. 세계적인 연구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STING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야심 찬 연구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STING이 어떻게 여러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내는 단계다. 파킨슨병 연구팀이 미토콘드리아가 어떻게 STING-염증을 일으켜 신경세포의 죽음을 불러오는지 보고하였는데 알츠하이머와 같은 다른 신경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메커니즘 같다. 오늘은 미토콘드리아의 쏘는 것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자. 갈증을 느끼고 해소하는 과정 Hierarchical neural architecture underlying thirst regulation
Augustine et al. 2018 나는 물을 많이 마신다. 시원한 목 넘김이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물이 있으면 끝없이 마셨다. 식당에 가도 잔이 채워지면 몇 번이든 다 마신다.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나도 간혹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만큼 답답한 것도 없을 거다. 오늘 논문은 어떤 신경 세포들이 어떻게 갈증과 체내수분을 주관하는지 설명한다. CMG 헬리케이스 활성 기작The mechanism of eukaryotic CMG helicase activation
Douglas et al. 2018 한동안 귀찮아서 포스팅을 안 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이것저것 할 게 많기도 하고.. 오늘은 폭설 경보로 방콕을 하게 돼서 밀린 포스팅을 해버리겠다. 오랜만에 올리는 포스팅이니 오랜만에 전공을 살려보고자 가장 분자생물스러운 녀석으로 골랐다. DNA 복제 중 이중 나선을 분리하는 헬리케이스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그 분자 기작을 밝혀낸 논문이다. 유연한 움직임과 다양한 기능으로 건강을 지킨다Small-scale soft-bodied robot with multimodal locomotion
Hu et al. 2018 초소형 DNA 나노 로봇에 이어 이번엔 자석으로 조정이 가능한 유연한 사각 로봇이 나왔다. 다양한 분야를 소개해야 하기에 로봇 관련한 논문은 그만 올리려 했는데 4mm 남짓 작은 체구로 기어 다니고, 헤엄을 치며 점프를 하는가 하면 자기 몸보다 무거워 보이는 짐을 옮기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치 마인크래프트를 연상시키는 네모 네모난 모습과 달리 갖가지 동작이 가능한 이 로봇은 작은 생물의 움직임을 연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범용성이 뛰어나 인체 내에서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며 질병을 고치는 일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T 세포와 수지상 세포의 만남 포착Monitoring T cell-dendritic cell interactions in vivo by intercellular enzymatic labelling
Pasqual et al. 2018 면역 세포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잠깐씩 접촉을 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키스하고 튀기 (kiss-and-run) 이라 부른다. 재빠른 면역세포들이 순식간에 접촉하고 갈 길을 가버리니까 누가 누구랑 뭘 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면역세포들의 얍쌉한 키스하고 튀기 에 대응한 신기술이 발표 됐다. 면역학이 전문 분야가 아녀서 그런지 몰라도 이게 왜 네이처까지 올라올 발견인가 의아한데 아무래도 신기술의 이름이 기발해서가 아닐까 싶다. 키스하고 튄 면역 세포들을 찾아낼 신기술의 이름은 립스틱 이다. "솔태그를 이용한 면역 관계들의 표시"라는 뜻의 "Labelling Immune Partnerships by SorTagging Intercellular Contacts" 의 약자가 LIPSTIC 을 이룬다. 아재력을 총동원해 정말 기발한 이름을 생각해 낸 거 같다. 기술 자체도 대단할 수 있으니 기대하고 읽어 보겠다. |